편도선염으로 처음으로 외국에서 병원 가본 후기
6월 셋째 주, 월화 2일 쉬고 수목금토일 5일 출근
6월 넷째 주, 월 1일 쉬고 화수목금토일 6일 출근
6월 다섯째 주이자 7월 첫째 주,
월화 2일 쉬고 다시 수목금토일 5일 출근할 예정이었던 나는 같이 일하는 분과 휴무를 바꿨다
그래서 넷째 주 화수목금토일 + 다섯째 주 월화 8일 출근에 수목 2일 쉬고 금토일 3일 출근했다
넷째 주 목요일과 금요일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 부탁을 거절하고 바로 쉬는 게 나은 상황이었지만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명 나도 언젠간 도움을 구할 일이 있겠지 싶어서 바꿔주겠다고 했다
ㅋㅋㅋㅋㅋ 몸이 멀쩡했으면 도리어 더 이상했을 상황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ㅋㅋㅋㅋ 정말 몸이 박살났다
6월 다섯째 주 화요일, 그러니까 원래였다면 멀쩡히 쉬었을 그 화요일
퇴근을 두 시간 정도 앞두고 평소와 같이 손님을 자리에 앉히는데 목이 살짝 불편함을 느꼈다
딱히 소리를 지르거나 무리해서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요며칠 쉬지 않고 일해서 그런가? 싶었다
어짜피 오늘 퇴근하면 이틀 오프니까 마음껏 쉴 수 있고 집안일이나 하면서 집 밖을 나가지 않을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수요일에 날씨가 좋아서 침대 시트. 이불, 보조 이불, 베개 커버 싹 다 세탁기 돌리고 햇빛 아래 말리고
창문 활짝 열어서 카페트 바닥은 청소기로 싹 밀고 돌돌이까지 써가며 방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려놓았다
도시락으로 싸갈 볶음밥도 몇 그릇이나 만들었고 마녀스프도 9통인가 10통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었다
집 주인 둘 다 일 나가서 하루종일 한 마디도 안하고 방에만 있다가 엄마랑 통화 한바탕하는데
그제서야 목 상태가 어라? 이상한데? 싶었고 그 날 따라 눈도 건조하고 목도 건조하고 모든 게 거슬렸다
특히 귀에서도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이건 진짜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타이레놀을 먹고 잤다
그렇게 목요일 하루 더 쉬고 금요일 출근을 하는데 뭔가 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직감으로 느꼈고
소미가 한국에서 챙겨준 감기약은 다 먹었으니 콧물 + 부은 목을 해결하고자 콜스에서 Codral 사서 먹었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ㅋㅋ ㅜㅜ 일할 때는 어떻게든 버텨졌으나 집만 오면 몸이 고장났다
양쪽 코가 막혀서 코로 숨을 못쉬던 게 좀 나아지나 싶으면 쉴틈없이 콧물이 흘렀고 마른 기침을 반복했다
그건 아침에 일어나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마르고 거친 기침에 샛노란 가래가 나왔다
코를 살짝 풀었는데도 귀를 찌르는 통증이 느껴져 코를 푸는 대신에 코를 눌러서 ㅜㅜ 콧물을 닦아냈고
갑자기 방이 춥게 느껴지다가도 덥게 느껴지는데 그것과 상관 없이 이마를 짚으면 항상 뜨거웠고 두통이 있었다
이건 정말 병원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마침 일요일 하루만 일하면 월, 화요일 쉬니까 어시스트카드에 연락을 했다
솔직히 여행이든 워홀이든 유학이든 해외에서 아픈 건 여러가지로 사람을 더 힘들고 지치게 하는데
1. 몸이 마음 같지 않은데 혼자라서, 친구나 가족 없이 먼 곳에서 아파서 서러움
2. 내가 해야할 일이 있는데 (관광, 출근, 학업)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답답함
3. 상비약으로 해결이 안되면 무엇을 하고 있든 그것을 제쳐두고 병원을 가야 하는데 그러기 싫음
(일정을 포기해야 한다던가 출근을 포기하고 대타 구하는 것, 그동안 돈을 못 버는 것, 수업 빠지는 것 등)
4. 모든 걸 감안하고 병원을 가자니 비용이 얼마가 나올지 몰라 선뜻 그러기가 쉽지 않음
5. 보험 찬스를 쓰든 말든 비용은 그렇다 치고 예약하고 병원을 가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름
1~3번은 지극히 개인적인 거라 알아서 극복해내야 하는 거지만
적어도 4번과 5번은 한국에서 미리 들고 온 어시스트카드 워킹홀리데이 보험으로 완벽히 해결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면서 티비 조씨 이벤트로 싸게 보험 가입한 게시글을 썼는데
이번 기회에? 하루빨리 병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토요일 퇴근하자마자 어시스트카드 측에 연락을 했다
2분만에 답장 온 거 실화? 토요일 밤인데 (아무리 한국은 1시간 느리다지만 그래도) 바로 답장이 왔고
다음 날 콜스에서 할인가 10달러에 팔고 있는 자가키트 음성 사진 보내며 바로 월요일 병원 예약 확정받았다
당시 노트북으로 작성했던 의료비 지불보증 서비스 신청
여권 사본은 물론이고 비행기 이티켓 등 모든 서류는 굿노트에 백업해뒀기 때문에 금방 작성할 수 있었다
저번 달인가 저저번 달인가 손소독제도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는지 땡처리 했다고 하던데
(우리 동네 기준) 자가키트 5개에 울월스는 20달러, 콜스는 10달러 하길래 콜스에서 겟
예상했던 결과지만 음성
토요일은 목소리가 그럭저럭 나왔는데 일요일에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다 충격먹을 정도였고
일요일 퇴근 10분 전 마른 기침을 크게 한 번 했는데 내 목 안의 뭔가가 뚝 끊긴 느낌이어서 무서웠다
그리고 집 오자마자 따뜻한 스프로 목을 진정시키려는데 모든 신체부위가 거센 항의를 하는 느낌이어서
ㅋㅋ ㅜㅜ 그저 빨리 월요일이 오기를 바라고 빨리 14시가 되기를 바라며 codral과 타이레놀로 버텼다
병원은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였는데 예약시간 5분 전에 와서 접수처 가니까
아무래도 내가 직접 예약한 게 아니다보니 종이에 자필로 이름, 오늘 날짜, 서명 해달라고 하더라
이게 전반적인 호주 특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은행도 그렇고 오늘 병원도 그렇고 예약 시간에 절대 일처리 X
내가 일찍 온 건 그냥 자발적으로 일찍 온 거라 치더라도 예약 시간에서 30분이나 더 지난 14시 50분에 진료받았다
진료실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께서 마스크 써도 될지 물어보고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냐고 물어보길래
-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건 지난 주 화요일이었고 목이 답답해서 쉬면 될 줄 알았다
- 하지만 이틀 내내 쉬었지만 오히려 상태가 더 안 좋아졌고 타이레놀과 codral 먹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 겪었던 증상은 열, 두통, 샛노란 콧물과 가래, 코막힘, 잦은 마른 기침, 목이 찢어지는 고통, 약간의 근육통, 귀 통증
- 코는 한두 번 풀었는데 살살 풀었는데도 귀에 통증이 느껴져서 최대한 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언제부터 어떻게 아팠는지, 그 후로 어떤 약을 먹었는지, 그리고 지금 상태가 어떤지 이야기했고
선생님께서는 그 말을 주의 깊게 듣더니 혹시 어떤 일을 하시는지 물어봐도 되냐길래 레스토랑 FOH라고 답했다
내가 이거 예전에 편도선염(tonsilitis) 겪었을 때랑 증상 똑같다고 하니까 상태를 한 번 보겠다더니 경악하심 ㅋㅋ ㅜㅜ
편도가 정말 많이 부었고 약간의 염증이 보인다고 꽤나 많이 아팠을 거라고 혹시 내일 일하냐고 물어보시더라... 쉽니다...
그리고 내가 왼쪽은 괜찮은데 오른쪽 귀에서 가끔 통증을 느꼈다고 하니까 귀도 체크해주셨는데
편도에 비하면 그래도 심각하진 않은데 왼쪽 오른쪽 구분할 것 없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말씀하셨다
내일 쉰다니까 혹시 수요일도 쉬어야 할 것 같냐고 자기가 서류를 써주길 바라냐고 묻길래 그건 괜찮다 답했다
항생제를 처방해줄 거고 10일치 나갈 건데 7일만 먹으면 한결 나아질 거라고
최대한 말을 하지 않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한데 물 많이 마시는 걸 잊지 말라고 하셨다
정말 친절했던 의사 선생님... 사실 병원 들어가서 기다리는 동안 조금 쫄아있었는데 ㅋㅋ ㅜㅜ
- 너의 이름을 이렇게 발음하는 게 맞니?
- 혹시 내가 진료하는 동안 마스크를 써도 될까?
-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원하지 않는다면 말하지 않아도 돼
- 필요하다면 네가 sick leave를 증명하거나 추가로 받을 수 있게 서류를 써줄 수 있는데 필요하니?
- 너와 만나서 즐거웠지만 빨리 나아서 우리가 다시 이곳에서 볼 일이 없기를 바라
긴장했던 게 무색해질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로 진료봐주셨고 내 이야기를 꼼꼼히 들어주셨다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모두에 나를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받았고 나 정말 말 그대로 '케어' 받고 있구나 실감했다
약 15분 간의 진료가 끝난 후 다시 접수처에 가니 이대로 약국 가서 처방전 갖다주면 된다고 했다
병원비 지불은? 그런 거 없다 어시스트카드 측에서 선납으로 예약을 진행해줬기 때문
그렇게 내 인생 첫 외국, 호주에서의 병원 내원을 마치고 근처 케미스트리 가서 약을 받았다
처방전을 내면 다시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처방전 사진도 찍고 스캔 떠서 굿노트에 저장도 해둠 ㅋ
병원 예약과 진료비 납부는 어시스트카드 측에서 모두 미리 해줬기 때문에 따로 할 게 더 없고
진료 끝나고 케미스트리에서 약 받고 결제한 것만 서류랑 (처방전, 영수증 등) 같이 청구하면 된다
이쯤되니 아픔에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전문가를 만나 큰 병이 아님을 전해들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내가 아픈 걸 아는 ㅜㅜ 동생에게도 연락했다
이렇게 호주에서 또 신기한 경험을 하나 하고 간다고 ㅋㅋㅋ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경험이지만 ㅜㅜ
집에 돌아오자마자 처방 받은 약을 먹었으니 약 먹은지 6시간 정도 지났는데
당연한 거지만 ㅋㅋㅋ 바로 씻은듯이 나은 느낌이라던가 그런 건 없고 그냥...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
내일 맥도날드 오티 가야하는데 자고 일어나면 약 두 번 먹었으니 조금 더 나으려나?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중
이제 어느덧 호주 온지도 8개월이나 지났고
엄마 대신 직접 한국 우체국 택배 예약해서 호주 우체국에서 옷이랑 카드 받은 거라던가
부산을 떠나왔지만 어떻게 야구를 잊냐며 질롱 코리아 경기 보러 간 거라던가
다른 두 개의 회사 연금 계좌 합치기 위해 양측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이메일 보낸 거라던가
깡촌 간다고 멀쩡히 쓰고 있던 통신사 바꿨다가 카톡 오류나서 통신사랑 연락한 거라던가
노트북 화면 나가서 전자제품 수리점 방문한 거, 그새 중국-호주 해외배송 받아본 거라던가
집에서 쇼핑센터, 주류판매점 멀다고 온라인으로 술 주문한 거라던가
... 그간 썼던 블로그 포스팅 제목 보면서 남들이 안했을 법한 것만 적어봤는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나 자신이 문제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인 걸 알게 되었는데
이게 어디까지나 아프지 않을 때 기준이라 ㅜㅜ 사람이 한 번 아프니까... 진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안되더라
내가 지금 당장 머리 눈 코 귀 목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는데 모든 일처리를 대신 해준 어시스트카드 짱
주변에 워킹홀리데이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든 적극 추천할 보험이고
당장 내가 이번 퍼스트 비자 끝나고 다시 호주에 돌아올 때도 무조건 재가입할 보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