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화요일, 가족세계여행 D+49

'주'의 원인을 알수 없는 고열과 두드러기 로 긴장의 끈을 놓을수 없었던 발리여행을 끝내고 싱가폴로 떠나는 날이다.

발리는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 7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라 서너시간 걸리는 다른 동남아 휴양지들과 달리 아이들 데리고 오기 쉽지 않은 곳인데 세계여행 경로에 넣기를 잘 한것 같다.

특히 우붓에서 초록 초록한 예쁜 숲들을 많이 보고 좋은 리조트에서 푹 쉴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해변에서 보낸 시간이 좀 부족하여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다음에 한번 더 올수 있는 이유가 되고, 특히 어제 슬루반 비치에서 본 멋진 석양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호텔에서 불러준 블루버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또다시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두의 표정이 밝다. 

특히 '주'는 어제 부터 많이 호전 되었고 오늘은 더 상태가 좋아진것 같아 크게 걱정 안해도 될 듯 하다.

근데 머리는 좀 깎아야 겠구나.. 뭔가 좀 쑥쑥한것이 영 보기가 그렇다ㅎㅎ 엄마의 바리깡을 들이댈때가 된 것 같다 ㅋㅋ

참고로 #블루버드택시는 미터기 택시로서 호텔에서 공항까지 8만루피 (우리돈 6,700원)가 요금으로 나왔다.

호텔에서 로컬택시를 불러줬으면 20만 루피(우리돈 17,000원)인데 만원이나 아낀셈이다.

발리에서는 그랩, 고젝등의 온라인 택시가 안되는 곳에선 꼭 블루버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 친구는 또 표정이 왜 이런 것인지??  ㅎㅎ

짐은 어떻게 된 것이 무게가 1도 안 줄어들고 오히려 늘어난거 같다. 

/ 그나마 가벼운 고주맘의 배낭 무게

/ 처음 출발할때 17kg 정도 됐던것 같은데 오히려 무게가 늘어난 고주파의 배낭

/ 큰 캐리어의 무게도 왠만해선 줄지 않는다. 

'주'녀석 공항에서 내내 과자를 찾고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을 보니 몸이 아주 많이 나아진 것 같다.

다행이다 정말. 

오늘 우리가 싱가폴까지 타고 갈 자그마한 비행기가 보인다.

스쿠트 항공이다. 

싱가폴의 저가 항공사인데 이틀후에 싱가폴에서 그리스의 아테네로 갈때도 스쿠트 항공을 이용할 예정이다.

몇달간의 탐색과 고심끝에 결정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편 이었다.

우리 네 가족 수하물 각 20kg 까지 모두 포함해서 146만원 정도 들었는데, 이 이상 더 저렴한것은 찾을수가 없었다.

11시간을 비행해야 하는데 벌써 부터 걱정이.... ㅎㅎ

이번에도 무사히 착석.

3시간 정도 걸릴텐데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될 듯. 

이분이 먼저 꿈나라로 떠나셨다 ㅎㅎ

요녀석은 이시간만 기다렸는지 실컷 영화를 만끽하며 한숨도 안잔다 ㅎㅎ이러다가 꼭 착륙하기 20분 전에 잠들겠지... 

많이 컸다 생각했더니 이렇게 엄마 스카프 덥고 주먹 꼭 쥐고 자는걸 보니 아직 '아가 아가' 하는구나. ㅎㅎ

이 분도 한숨자고 일어나서 영화 한편 봐 주시고 ㅎㅎ

싱가폴 공항에 무사히 도착! 비행기에서 세 시간 참아낸 걸 만회 하듯 신나게 뛰어다닌다 ㅎㅎ 그래~ 많이 뛰고 다치지만 마라 ^^

캐리어 카트도 씩씩하게 혼자서 잘 가져오고~ 

일단 우리모두 배가 고프니 간단하게라도 먹자.

역시나 제일 만만한 맥도널드. 

그랩을 불러놓고 기다리는 중.

근데 너 뭐 화난일 있니?? ㅎㅎㅎ 

고는 또 머리가 왜 저런지 ㅎㅎㅎ

공항에서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머리만 봐도 알겠다 요녀석아. 

싱가폴로 넘어오니 그랩 요금도 확 뛴다.

공항에서 숙소로 잡은 호텔 (Hotel Mi)까지 18,000원.

베트남이나 방콕에서 매번 2~3천원으로 이용하던것 과 비교하니 마음이 아프다 ㅜㅜ

우리가 공항을 나섰을 때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고 짐도 많으니 맘 편히 타고 가기로!

시작부터 고생하지 말자 ㅎㅎㅎ

그리고 싱가폴은 거의 유럽을 넘어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오늘, 내일이 관광할 수 있는 일정 전부이다.

얼른 숙소에 가서 짐을 풀어놓고 어디든 가보기로 한다. 

일정도 짧은데 내리는 비는 멈출 기미가 없고...

일단 숙소에 도착. 

간단히 숙소 사진 몇장 남겨보고. 

좁기는 좁다 ㅎ

대궐같은(?) 발리 리조트에서 지내다가 여길 오니 더욱 비교 되는구나.  

그 와중에 열정적으로(?) 아빠 신발 정리 하고 있는 기특한 우리딸 ㅎㅎㅎ

그냥 딱 깔끔하다 ㅎㅎ

싱가폴은 주로 도심 관광이 대부분이니 밤에 돌아와서 잠만 자는 용도로는 나쁘지 않을것 같고 실제 호텔 이용 후기도 그런 내용이 많았다. 

싱가폴에 오니 숙소 비용도 배 이상 든다.

침대가 두개이긴 한데 캐리어 펼칠 공간도 부족한 이곳이 1박에 20만원 이상이라니...

호치민에서 1박에 4~5만원 하던 때와 비교하자니 무지 비싸다 싶다.

역시나... 싱가폴은 선진국이었구나...

비가 멈출기미가 없이 계속 내리고 있어 고주맘과 나는 일단 어디를 가볼지 계속 검색을 해본다. 

이녀석들 침대 두개를 붙여주니 침대위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그만 뛰어~ 다쳐~~ 라는 말을 몇번 했는데...

한참을 뛰어 놀다가 그만 사고가 터져버렸다... 

침대위에서 신나게 뛰던 '주'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는데 위 사진에 보이는 유리창 쪽으로 넘어졌고 하필 머리가 침대 바로 옆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으로 떨어진 것이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신나게 웃던 '주'의 웃음소리가 울음으로 바뀌었고 순식간에 침대 이불을 적실 정도로 피가 쏟아진다.

너무 놀란 '고'는 비명을 질렀고 고주맘과 나는 처음겪는 이 상황에 어찌할 줄을 모른다.

'주'의 머리에선 피가 뿜어져 나와 (뿜어져 나온다는 표현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일단 피를 멎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건으로 상처부위를 꽉 눌러주었다.

그 짧은 시간에 호텔 욕실 바닥은 곳곳에 피가 튀어 보기에도 무서울 정도였다.

고주맘에게 '주'를 안고서 상처부위를 눌러주게 한 후 일단 호텔에 도움을 요청하고 (호텔에서 해줄 수 있는건 엠뷸런스나 택시를 불러주는 정도), 보험사에 바로 연락을 했다.

보험사에서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 하고는 바로 응급 시술이 가능한 병원 리스트를 보내주었다. 

호텔에서 불러준 택시가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

다행히 호텔과 가까운 곳에 보험사와 협약이 된 큰 병원이 있어 10분도 안걸려 도착하였다.

병원에서도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 하고서 의사 두분이 함께 '주'의 상태를 체크하더니 바로 stitch를 하기로 한다.

고는 혼자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시술이 진행되는동안 고주맘과 내가 '주'를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찢어진 정도가 심각해 보인다.

'주'의 그 여린 피부에 마취를 위한 거대한 주사바늘을 그대로 찌르는데 내 눈으로 차마 보고있기가 힘들다.

'주'는 자지러질듯이 울어대는데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술을 진행하는 의사 두분이 언듯 보기에도 아주 경험이 많은, 실력있는 의사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드는 생각은... 아, 여기가 발리였으면 어떻게 됐으려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만하길 다행이지... 그래도 싱가폴에서 다친게 다행이지... ' 애써 이런 생각들로 위안을 삼아본다. 

한시간은 지난것처럼 느껴지던 길고긴 20여분 의 시술이 마무리 된 후 로비에서 앉아서 대기를 한다.

마취 후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30분 이상 대기 후에 문제없음을 확인 한 후 병원을 나서야 한단다.

'주'의 옷에 묻은 피의 흔적에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알수 있다. 

많은 생각이 든다.

이 여행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 데리고 이게 무슨 짓인가.

의사분이 한국에 언제 돌아가는지 물어보신다.

한국은 나중에 돌아갈껀데 내일 당장 다른 나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비행기 타는 것이 가능한지 물으니 전혀 문제는 없다고 한다.

5일만 지난 후에 어떤 병원이든 방문해서 실밥만 제거 하면 된다고 한다.

실밥 빼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니 어느 병원을 가든 가능할 꺼라며.

몇일만 지나면 전혀 문제 없을테니 holiday를 계속 즐기라는 당부 까지 해주신다. 

그 와중에 심각한 표정으로 타요를 시청중인 녀석들....

타요가 눈에 들어오니?

아이구... 애는 애구나.. ㅎㅎ

병원에서 충분히 대기 후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오는 길에 잠든 주를 좀 더 재운다. 

잠 든 녀석을 보니 안타깝고 안쓰럽다.

엄마 아빠가 좀만 더 조심할껄.

좀 만 더 신경을 쓸 껄.

미안한 마음에 눈을 뗄수가 없다. 

많이 잘 줄 알았더니 많이도 자지 않고 일어났다.

배가 고프다는 녀석들 ㅎㅎ

그 소리를 들으니 다행이다 싶고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급히 주변에 먹을만한 것이 있는 지 찾아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평소같으면 걸어가게 했을텐데 오늘은 안쓰러운 마음에 품에 꼭 안고 가는 고주맘. 

호텔 가까운 곳에 한식 고기 뷔페가 있어서 찾아왔다.

구글에 남겨진 후기도 좋음. 

얌전히 앉아 음식 기다리는 '주'

음식들을 좀 둘러보니 훨씬 기대 이상이다.

ㅎㅎ 각종 고기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채소들도 아주 다양하다.

여기는 싱가폴인가, 한국인가.. ㅎㅎㅎ

다양한 고기 외에도 떡볶이, 김밥, 후라이드 치킨 등 한국음식에 굶주려있는 우리 가족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매운 떡볶이도 개의치 않고 포크를 들이대는 용감한 '주' ㅎㅎㅎ 

고기는 일단 대패 삼겹살로 시작하자.

우리 네 명 모두 지글지글 구워지는 황홀한 삼겹살 향기에 취해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ㅎㅎㅎ

이 녀석들.. ㅎㅎ 좀 살만한가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배를 채웠으니 한국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도 하고 ㅎㅎ

녀석, 엄마품에 안겨 애교를 부린다 ㅎㅎ

그렇게 우리 넷은 반 인사불성 상태로 한식을 탐닉 한 후 각자 남산만한 배를 뚜들기며 숙소로 돌아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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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먹을 시간이다. 이리 와라.. ㅎㅎㅎ

우리 아들래미 귀여우니 아빠의 몰골 따윈 중요하지 않다 ㅎㅎㅎㅎㅎㅎ

옳지 옳지~~ 잘한다~~ 잘한다~~ 우쭈쭈

들어간다 들어간다~~ 쏘옥~~

목표를 달성한 듯.. 아빠의 눈빛이 무섭게 변했다...ㅋㅋㅋ(후후 미션완료)

야야야 다 흐르잖아~~!!! 쭉 쭉 빨아먹어~!!

그렇게 힘들고도 힘든 미션을 수행(?) 한 후...

'주'는 "용감한 소방차 레이" 30분 시청권을 획득하여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 했다...

두번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하루가 그렇게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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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수요일, 가족세계여행 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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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기치 않았던 큰 사고로 인해 싱가폴 여행에 그닥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당장 내일 새벽 2시에 아테네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 짧고 굵게 싱가폴을 좀 둘러봐야 하는데 오자마자 정이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나갈까 말까 고민이 된다. 

'주'는 병원에서 찢어진 부위를 시술받는 동안 경기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심하게 울어서 혹시나 밤에 더 앓거나 잠을 제대로 못자는건 아닐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별 일 없이 잘 자고 일어났다.

녀석, 엄마 아빠는 어제 그 일이 꿈인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철렁했는데 침대에서 또 조심하지 않고 뛰면서 노는걸 보면 참 애는 애인가 보다. 

어제 병원에 갔다가 호텔로 돌아왔더니 로비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이 우리를 알아보고 아이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순식간에 이 호텔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ㅎㅎ

다른 직원들이 우리를 잠깐 기다리게 하더니 나타난 매니저는 본인을 호텔의 책임자라 소개하며, 아이는 좀 괜찮은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호텔 측에서 도움 줄 것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뭐 우리가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해 생긴일이니 딱히 도움 받을 것도 없고, 병원비는 어차피 여행자 보험에서 지불 해 줄꺼고.. 괜찮다고,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체크아웃을 저녁 여섯시까지 해도 좋다는 호의를 베풀어준다.

다시한번 고맙다고 얘긴 했지만 사실 오늘 조금이라도 싱가폴을 둘러봐야 하기에 여섯시까지 체크아웃 하는건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주' 가 다쳤던 창틀을 다시 보니 어젠 몰랐는데 너무 위험해 보이긴 했다.

사진을 미처 찍진 못했지만 아주 날카로운 모서리가 쿠션이나 완충장치 하나 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소비자 혹은 고객 권리 측면에서 보자면 투숙객이 위험한 시설로 인해 다친경우 호텔에 어느정도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에이 그러면 뭐하겠는가. 여긴 한국이 아니고, 어쨌든 제 1차적 책임은 부모인 우리에게 있으니 그만하길 천만다행 이라 생각하기로 하였다.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서도 조식을 맛있게 먹는 '주' 를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면서도 마음이 짠하다.

아빠가 미안하다 아들....  

어제 동생 다친걸 보고 너무 놀래서 비명까지 질러댔던 '고' 는 기분이 괜찮아 졌는지 장난을 치고 난리다 ㅎㅎ

아빠 엄마의 불편한 마음만 빼고는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